찻잔 속에 향기 / 慈醞 최완석
솔향이
짙게 풍기는
고즈넉한 찻집에
마주 앉아
우리의 마음을
솔잎차에 띄워 마셔 봅니다.
아직은
그대 마음보다
솔잎 향이 더 가까이 밀려오네요
찻잔이
조금씩 비워질 때
그대 향기가 채워지고 있음을
솔잎 향은
찻잔에 가득 채우지만
그대 향기는 내 가슴을 가득 채웁니다
찻잔에
입맞춤은 솔잎 향을 마시고
가슴에 입맞춤은 사랑을 마십니다.
별들을 보며 다짐을 한다
靑天 정규찬
어두운 밤하늘을
온 밤 내내 꼼짝하지
않고 지켜주는 별빛 무리
늘 그 자리에서
한 시도 변함없이
든든하게 하늘을 밝혀준다
사랑도 그처럼
언제나 그 자리에서
한결같이 비춘다면 얼마나
행복하고 기쁘고 좋을까
까만 밤하늘에서 빛나는
별들을 보며 다짐을 한다
그리움 / 설야 이주영
외롭다 말을할까?
그립다 말을 할까?
시간은 자꾸만 흐르고
계절은 비뀌고 또 바뀌는데 ...
이젠 같은 마음으로 바라보는
같이 늙어갈 친구가 그리웁다
벌써 계절은 여름인가 싶더니
가을에 끝자락에 밀려와 있다
머지않아 추운 겨울이 찾아오겠지
내 삶도 머지않아 겨울속으로 걸어가리라
아~ 나를 따뜻하게 할 친구여 ...
아~ 그대는 그 어디에 있나요?
2022 시월에 마지막밤에
나를 뒤돌아보며 미소를 찾고 싶다
글 / 美風 김영국
지난날을 뒤돌아보니
굴곡 많았던 내 인생사
참으로 허망한 일이었다
왜. 그렇게
나 자신을 학대하며 살아왔는지
지금 생각해 보면
참으로 억장이 무너지는 일이었다
순탄한 삶을 살아도 되었건만
가슴에 무거운 돌덩어리를 매단 체
스스로 자학(自虐)의 길을 걸어왔다
이젠, 그 무거운 짐들을
하나하나 내려놓고 싶다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짧기에
다시 한번 나 자신을 뒤돌아보고
해맑은 웃음을 찾고 싶다
남은 나의 삶을 위하여
그대의 가을은 왔건만 / 藝香 도지현
공기의 알갱이들이
파랗게 물들었다가
탁탁 터지는 소리가
청량하게 들리는 날입니다
소슬한 바람은
갈색 물감 묻은 붓으로
지나갈 때마다 그림을 그려
아름다운 한 폭의 수채화를 그립니다
들숨 날숨 할 때마다
폐부까지 스며드는 시원함
참 아름다운 계절
낭만이 물결치는 가을입니다
이 모든 것들이
그대를 위한 것임에도
이 세상을 뒤로하고 떠난 사람
소유하지 못하는 것이 가슴 저립니다
가을 한 잎 / 노을풍경(김순자)
안개처럼 흐린 가을 창으로
하나둘씩 채색 되어가는 잎새들
시월 뜨락으로 떨어지는
깊어가는 가을을 무심히 바라본다
가을 한 잎 살포시 시선 끝에 머물면
무수한 그리움에 조각들은
낙엽처럼 쓸쓸한 마음에 내려앉으며
차갑고 싸한 바람은 추억의 흔적들을
어디로 데려가는 것일까
사그락 가을 한 잎
어깨 위로 툭 떨어져 내리면
저무는 인생은 어디로 흘러가는 것일까
걸음걸음 계절을 따라
오라는 손짓은 없어도
오늘도 세월 속 강물은 끝없이 흐르며
바람에 우수수 떨어지는 가을 한 잎
시선 끝으로 점점이 멀어져 가며
발아래 낙엽 바스락 소리에 깊어진 계절은
시린 겨울로의 발걸음을 재촉하나 보다
서성이는 당신은
강촌 박성환
서성이는 당신은
무엇 하러 왔나요?
언제나 우리는
모두 다 한마음인데
인생사 가는 길
슬픈 마음 기쁜 마음
우리 함께 하시지요
서성이는 당신은
무슨 생각 하나요?
언제나 우리는
모두 다 한마음인데
가슴에 마음에
꽁꽁 묶어 담아놓은
짐을 풀어보시지요
서성이는 당신은
무슨 바램 있나요?
언제나 우리는
모두 다 한마음인데
먼 훗날 바란 꿈
마음껏 푸른 하늘
나래 펼쳐가시지요
상념에 젖은 눈동자 / 이헌 조미경
하늘과 마주한 우둠지
바람이 불면 위태롭게 흔들리는
얼기설기 엮어 놓은 새들의 보금자리
알록달록 색색의 옷을 갈아입은 잎새
꽃처럼 피어있는 은행잎의 눈부심
포르르 날아온 노란 나비
어깨에 앉아 산야를 훑어본다
아름다운 가을을 매일 보고 싶어
한달음에 달려온 내 발걸음은
가을의 정취를 마주 하고 서 있다
깊은 상념에 젖은 눈동자는
단풍과 맺은 인연으로
석양으로 기우는 오늘과
짝이 되어 노닐고 있다.
연분홍 노을빛 / 黃雅羅
해 질녘
가던 발길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니
연분홍 노을빛이
마을 언덕을 곱게 휘감고
산 그림자도
하루의 고단함을 쉬려는지
한가로이 누워 있다
어쩌면 세상이
이리도 아름다운지
바람 따라 인연 따라
흘러온 세월
추억 속에 숨어 춤추던
내 젊은 날의 사랑과 그리움도
연분홍 노을빛으로
가물가물 흔들리며 아름다워라 -/靜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