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 적는 편지 / 노을 풍경(김순자)
한들거리는 코스모스 꽃길 따라
가을은 그때처럼 돌아오는데
어느 가을이 시작될 무렵
먼 타국에서 선물처럼 다가온
몇 년 만에 너와에 만남였지만
선물 같았던 우리에 짧았던 만남은
왜 그리 빨리 돌아오는지
예정된 시간은 초조하게 다가오며
또다시 보내야 하는 안타까운 마음
어느 날 한바탕 꾸어버린 꿈처럼
수없이 흩어져 날리는 낙엽 속으로
가을도 떠나고
너도 추억이 되어 떠나버린
예쁜 기억 속에 그 시간들
오늘같이 바람이 좋은 날
추억으로 꺼내보며
보고픈 마음 바람에 적어본다
작은 꿈 / 慈醞 최완석
어둠이
내린 거리와
적막이 흐르는 빌딩 숲
무슨 꿈을 꾸며 잠을 청할까?
동녘이
밝아오는 새벽노을에
새들의 노래 들으며 잠에서 깨어
수많은 인파 속에 묻힌 영혼 무슨 생각 할까?
사람마다
바램과 꿈이 있지만
맡겨진 일에 지치고 취해서
하루를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싶다
직장 생활하며
받는 월급 먹고 입고 세금 내면
남은 것은 얼마인가?
꿈꾸던 삶 점점 희미해져 갈지라도
우리의
작은 꿈 서로 나누며
미래의 내 모습을 그리고
한걸음 한걸음 걷다 보면 작은 꿈 이루리라
문우로 가는 길 / 내 사랑의 풍금
눈앞에 바로 보이는 것이
선한데 가까이 갈 수도 없고?
손짓하기도 그렇고
소리를 높여 부르기도 뭐하고!
책갈피에 끼워놓은
노트한 장의 사진 속에
우뚝 솟아오르는
작은 고충의 심정
유무로 가는 길보다
(문우)文友 로 가는 길이
우리네 삶의 길이
더욱더 아름답다.
나는 오늘이 되어 알았다
靑天 정규찬
나는 오늘이 되어 알았다
늘 실수 투성이며 항시
잘못하고 살아간다는 것을
나는 오늘이 되어 알았다
살아가는 시간 동안에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과 즐겁게
웃으면서 살아가야 하는 삶
오늘이 너무나 소중한 삶
살아서 숨을 쉬는 동안
오늘 눈을 뜬 것에 감사하고
오늘을 사는 것에 만족하리라
고독의 깊이
은향 배혜경
사람은
누구나 고독하지만
혼자 있을 때보다
여럿이 있을 때
더 깊게 느껴지는 것 같다
타향에 와서 약 20여 년 동안
크고 작은 모임이 있었는데
사회의 상황과 더불어
몇 년 전부터
하나둘씩 모임을 정리했다
아쉬움도 컸지만
깊숙이 밀려오는 고독감을
해소하기 위하여
혼자 걸어가는 길을 택했다
서서히
얇은 고독 사이로
평온함이 스며들어
은은한 미소가 번지고
하늘을 향해
두 손 모으는 시간이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