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아침에 / 모은 최춘자
내일을 다짐하진 말자
삶이란 언제나 현재이니
오늘을 남김없이 써라
마지막 하루처럼
하루살이처럼
다만 절박하게 오늘을 일하고 춤추라
어제로 살았던 오늘
내일로 미룬 오늘
타성에 젖었던 시간들을
새해 아침에 버려라, 그대여
사랑을 맹세하진 말자
사람의 사랑은 별빛이 아니라서
불멸에 이르기 어려우니
세상을 밝히기 어려우니
떨리는 뉘우침으로
차라리 사랑의 허영에서 벗어나라
방법을 가진 사랑
금을 긋는 사랑
그 공허한 소란을
새해 아침에 묻어라, 그대여
무욕(無慾)을 꿈꾸진 말자
사람은 신이 아니다
온전히 비울 수 없으니
차라리 순한 욕망으로 채워라
낮은 곳으로 흐르는 물처럼
꽃피우는 나무처럼
좋은 욕망은 순리에 닿는다
버리지 못한 채
버리는 시늉으로 끌어온 아픔을
새해 아침에 잊어라, 그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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