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나무 / 노을풍경(김순자)
겨울 찬바람에 힘을 잃은 채
아름다운 날들을
기억 속에 묻어두고
앙상한 나무는
묵언의 겨울 잠 속에
무슨 꿈을 꾸고 있을까
푸르게 일렁이며 날갯짓 하던
아름다웠던 날들을 뒤로하고
긴 침묵 속 무슨 생각을 할까
긴 긴 겨울 앙상한 가지가 되어
길모퉁이에 우뚝 선
서로의 모습을 바라보며
무언의 깊은 삶에 이정표 되어
거세게 몰아치는 찬 바람 속
겨울나무의 고독한 숨소리
가는 세월에 순응하며
훌훌 벗어버린 맨몸으로
오늘도 길모퉁이에
삶에 바람막이 되어
멈춰버린 듯 서있는 겨울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