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산에서 느껴지는 마음
세영 박광호
이른 아침 설산을 바라보니
밤새 내린 눈을 무겁게 이고
가지를 느린 청솔의 모습이
벌을 선 아이와 같다
바람조차 짐을 덜어주지 않는
침묵의 늪 속에서 입을 다문 채
눈을 감고 선 숲의 군상들
설한을 발끝까지 내리며
숨죽여 고난을 속울음으로 삭히는
겨울 숲의 정경은
질곡의 역사를 안고 함구하며
긴 강을 건너 온 겨레의
애상인 듯 그려진다
광복을 맞고
만세삼창의 희열을 만끽한 그날처럼
머잖아 숲의 세상에도
봄꽃 만개할 그날이 오면
환난과 시련의 가지 끝엔
꽃이 피어남을 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