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옷을 벗어도 아름답다 들소 박영춘 봄에 물오른 피부에 옷을 갈아입을 때 보면 벌거숭이 몸매가 참으로 아름답다 꽃잎을 사부자기 펴며 연초록 옷깃 펄럭이는 것을 보면 나무는 더욱 아름답고 상냥스럽다 치맛자락이 마파람에 휘날리거나 여름에 시원한 그늘로 바람을 불러 모을 때 보면 그녀는 무척이나 너그럽고 다정다감하다 낯익은 오솔길의 숨결이 그늘로 파고들고 깃털에 묻은 바람소리가 귓전을 스치면 그녀는 언제나 살갑고 편안한 아줌마다 산과 산은 이웃사촌처럼 앉아 나무를 키우고 산골짜기 호수는 그들의 몸을 씻겨준다 서로서로 아우르며 자연을 노래한다 꽃, 열매, 이파리, 모두 다 내어주고 빈 털털이 허수아비처럼 맨주먹 맨몸으로 팔 벌리고 서 있어도 나무는 언제나 친구처럼 편안하다 어릴 적 멱 감을 때 옷 벗은 친구 같아 나무는 옷을 벗어도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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