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드름이 가는 길
이헌 조미경
기와지붕에 수북이 쌓인 흰 눈
햇살이 포근히 감싸면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사랑에 굶주린 이리가 되어
기쁨에 눈물 흘리다
수정 고드름 되어 처마에 매달려
위태로운 몸짓을 하면
끝내 머물지 못하고 마당으로 진다
흙먼지 위에 산산이 부서진 고드름
삽살개가 달려와 사탕인 줄 깨문다
흰 눈이 뜨거운 입김에 물이 되어
갈증 난 목으로 넘나 든다.
인생과 우주 / 차영섭
어린아이와 소년은
계절로 치면 봄이요
나무로 치면 꽃이라
달로 치면 초생달이요
별로 치면 샛별이라
청년과 장년은
계절로 보면 여름이요
나무로 보면 열매라
달로 보면 반달이요
별로 보면 북극성이라
중년과 노년은
계절로 하면 가을이요
나무로 하면 산종이라
달로 하면 보름달이요
별로 하면 초신성이라
노년과 말년은
계절로 비추면 겨울이요
나무로 비추면 나목이라
달로 비추면 검은 달이요
별로 비추면 낮별이라.
맞는 옷을 입자 / 慈醞 최완석
사람은
누구나
깨끗한 삶을 추구하고
정상을
바라보며 살고자 애쓰지만
진실을 잃어버리고 외모에 치중하여
몸과
인격에 맞지 않은
옷을 입어 어색하고 부자연스럽다
왜
우리는 진실을 외면하고
거짓은 진실처럼 받아드리는지
포장된 인격이
보여주는 것은 무엇이고
낳는 것은 무엇일까?
인간사가
새옹지마라 했다
맞지 않은 옷을 벗고 맞는 옷을 입자
잊은 사랑 / 동심초
꽃도 한창일 때
저야 아름답고
낙엽도 고울 때
떨어져야 멋있다
지금은 떠나고
비워야 할 때
그리움 있을 때
그대를 잊을 때다
채울 수 없는 욕심에
탓한 들 무슨 소용 있으랴
눈물겨운 고통일지라도
한순간이 지나면 그뿐
추억의 일기장에
이렇게 쓰여 있을 테지
떨어진 꽃은 꽃이 아니지만
잊은 사랑은 사랑이라고
따뜻한 가슴의 당신
새벽시인 김정래
나의 외로움을
포근히 안아 달래줄 이는
오직 따뜻한 가슴의 당신밖에 없습니다.
날마다 당신의 사랑을 안고
당신만을 생각하며 살아가는 나
이보다 더 큰 행복이 또 어디 있을까요
향기로움으로 가득한
당신의 포근하고 따뜻한 가슴
눈물 날만큼 당신의 사랑을 느낍니다.
고맙고 사랑스러운 당신
나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지요
마치 꿈속을 걷는 것 같습니다.
나 지금 당신과 하나 되어
내 가슴에 당신의 불 밝혀서
그리움의 새벽을 동행하고 싶은 마음 뿐입니다.
겨울날 꽃내음 그리는 것은 사랑
靑天 정규찬
까만 밤이 새도록 함박눈이
내려 창밖 베란다의 장독대에
눈이 수북이 쌓여 풍경화를
그려내도 당신의 훈훈한
사랑으로 인하여 추운 줄도
모르고 이 겨울 엄동설한에도
가을날 아름다운 꽃을 생각할
만큼 당신 사랑에 젖습니다
자동차 앞 유리에 쌓인 눈을
치우다 손이 꽁꽁 얼었어도
몽글몽글 피어나는 꽃내음이
그리운 것은 바로 사랑입니다
그대만을 위해
설곡 맹봉석
그대가
해맑게 웃으며
정감 흐르는 감미로운 목소리로
나를 기쁘게 하면
맑은 달빛이 나를 감싸고
수만은 별들이 등을 토탁여 주듯
나는 사르르 눈을 감고
무한의 행복에 깃든다
나는 범람하는 강물에
속절없이 떠내려 간다 해도
그대가 흘려
강물에 떠 내려가는
한짝의 신발을 찾아 줄것이다
나는
오직
그대만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