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나무여 / 慕恩 최춘자
흩날리는 눈보라 속에서
밤새 깨어 있다
창문 열고 들어와
벙어리 기침하는 겨울나무여
눈꽃으로 피어난 가지 
온몸에 바람 휘감고
하얀 뼈마디 추위 속 고통 참아가며
따사로운 봄을 기다리는 겨울나무여
푸른 새싹 피어날 때까지
그리움의 무게 낯설어도
외롭다는 말 하지 말고 
내 마음 보듬어 흰 꽃 노래 불러주렴
스쳐 지나가며 부른 새들의 노래가
신바람을 일으키는 눈꽃의 향연에서
하얀 천사를 보내주신 하늘을 향해
감사의 기도를 올려보자
나를 키워
맑은 마음 지니게 해주는
천상의 시처럼 눈이 부셔 
황홀한 겨울나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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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없는 날갯짓 / 초향 김옥순    
엄마 맘 같은 포근한 가슴엔 
넓은 하늘이 보이고 
엄마 맘 같은 따뜻한 봄날엔
찬란한 빛으로 열리니 
꿈은 삶의 향기와도 같다  
깨알처럼 소소하게 많은 날 
봄은 목木으로,화火는 여름,
금金은 가을,수水는 겨울 
한 때만 꽃이 피더라도 
세상이 나를 나무랄까 
유유곡절 뿌리 내리고 
일상에서 맛들인 인생 
잘 맞는 색이 아름답고  
나와 동고동락 행복인 것을  
하늘아래 내 사랑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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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심전심 (以心傳心) / 精進 이재옥
내게 귀하고 좋은 일이라도
타인은 좋지 않을 수도 있다 
본인의 맘에 들지 않는다 하여
타인도 싫은 것은 아닌 것처럼
만물의 영장 고등 동물이지만 
인간도 환경의 지배를 받는다
태어나 자란 곳 생활 습관에 따라
그 삶의 방식이 다름으로
본인 방식대로만 일을 고집한다면
타인의 반대도 있을 수 있는 것
내 의견과 조금 다르다 하여
상대를 제외하고 무시하지 말며
대화도 섬세한 여과를 거쳐 하라
바른 심성으로 양심 따라 행하면
이심전심으로 상대는 내 마음 읽어
서로 이해와 배려로 의견 대립 없이 
협력으로 모든 일 반석 위에 이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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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 있어서 慕恩 최춘자 햇살이 내리쳐서가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서 세상이 눈부신 것이다 비바람 몰아쳐서가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이 짠해서 가슴 젖는 것이다 캄캄한 터널에 갇혀서가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이 울어서 괴로운 것이다 심장의 살점을 찢겨서가 아니라 내 사랑 어리석어 아픈 것이다 사랑은 매혹이었으나 모독이기도 했다. 눈물콧물 훔치며 사랑에 우는 사람아 사랑을 다 모른 채 사랑을 쏟은 사람아 뒤늦은 후회를 눈물 속의 부끄러움을 비로소 사랑의 여명이라 추스르는 사람아 어깨 위로 다시 해가 뜬다 사랑은 모독이었으나 간절한 희망이기도 했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서 저 흐린 세상이 눈부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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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慕恩 최춘자 
얼어붙은 계절에도 
노래는 있어야 하는 법이라고
새 한 마리 지저귀며 나목 위를 날지만
꽃과 나무의 시절은 저물어 
12월 
은하 바깥처럼 적막하다 
하루하루는 느렸고 1년은 짧았다
돌아보면 굽이굽이 쓸쓸하다
노래를 닮지 못한 삶은 
길 끝에 감도는 노을빛에 젖는다
물러설 곳도 주저앉을 자리도 없다
바위를 밀듯이 한걸음 또 내딛는다 
그게 나그네의 본분이다
온몸으로 뜨겁게 간다
길이 노래가 될 때까지
마지막 잎새를 떨구는
헐벗은 힘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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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꽃이 필거에요 / 桐村 소재수
아마 꽃이 필거예요
여름내 가슴 속에서 싹 틔운
내 마음 속의 꽃나무
이 가을에도
당신의 가슴 속에 옮겨 심었지요
아마 꽃이 필거에요
가으내 낙엽들이 동무해주고
겨우내 소록- 소록- 
함박눈 자장가에 취해 
깊은 꽃잠 자다가
부슬 부슬 봄비가
깊은 잠 눈등을 토닥- 토닥-
잠 깨워 주고 나면
아마도 내년 봄엔 
예쁜 꽃이 필거에요, 꼭-
당신의 가슴 속에
한 송이 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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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 / 慕恩 최춘자
창밖에 내리는 첫눈에
화들짝 놀랜 나
가슴이 시려요
생애의 마지막 눈처럼
슬픈 건 왜일까요
첫눈
그 밤에도 눈 내렸어요
기억이나 하시나요?
그러고 보면 
어언 당신은 희미한 기억처럼
먼 곳을 떠도는 소문처럼
저를 지나셨나요
그립기나 한가요?
첫눈 
저 하얀 너울 속에
휘청휘청 부지런히 당신 걸어가요
눈부셔요
푸른 등잔처럼 사랑스러운 사람이여
그날처럼 눈 내려요
잠깐 멈춰 서서 보세요
슬피 내리는 저 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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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란 기다림 이더라
              운암 배정규
사랑이란
백설의 칼바람에 
아름다운 
봄을 기다림 같이
기다림이더라
사랑이란
옷 벗은 메마른 산야에
진 초록으로 가득 메운
오뉴월 신록의
빛남이더라
사랑이란
국화향 달콤하게 영글고
하늘 높고 푸르른
부요한 
맑음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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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대화 / 정인 박미현 
사는게 힘들어?
그럼 내 어께에 기대 
눈물이 나?
그럼 울어 너의 울음소리 들어 줄께
닦는 건 다 울고 나면 닦아 줄께
가슴이 아파?
그럼  나  따라해
휴~~~우 하고 쉬어가자 
그래도 견딜 수 없다면
날 봐!
내가 힘이 되고 눈물이 되고
널 업고 갈께 
난 다 받아 줄 수 있는 하늘이니까
니가 세상에 모든 걸 놓았을때 
포근히 쉬게 할 수 있는 하늘이니까 
그러니 니 이야기 다 쓰고 와~~!
너와 함께 하며 지키고 기다릴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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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 길을 걷다가 
                  慕恩 최춘자
한둘 떨어져 쌓여있는 
낙엽을 밟으며 많은 생각을 했다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며 
행복하다 느낄 수 있다는 고마움
내게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할까?
가을바람에 떨어진 나뭇잎처럼
나의 삶도 가지 끝에서 
시들어 누울 날 다가올 텐데
가슴에 샘솟는 
사랑의 나무에서 떨어져 나가는 
소중한 나의 시간은 흘러가고 있으니
좀 더 보람이 있고 알뜰한 삶을 살아야겠다
낙엽이 누워 잠든 길을 걷다 
귀중한 교훈을 얻은 오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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