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스케치 - 세영 박 광 호 - 덥다 덥다했더니 어느새 가을바람 옷깃에 스며들고 꽃잎을 편 코스모스는 푸른 하늘 뭉게구름 바라보며 손사래치고 있다. 벼이삭은 나날이 고개 숙여가고, 매미의 울음은 머잖은 이별을 고하는 듯 애처로이 느껴지며, 고추밭엔 붉은 고추를 따는 아낙의 손길이 바쁘고, 영감은 참깨를 떠느라 속옷을 적신다. 주변은 이처럼 가을을 그려 가는데 무상 세월의 흐름 속에 남녘 하늘 밑 그 임께선 안녕하신지? 가을타는 남자의 그리움은 산너울 구름꽃으로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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