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러서는 안 될 이름 / 나선주
내가 처음 네 가슴에 들어가던 날
아마 이미 아픔이 있었는지 모른다
내 뜻과 의지를 버리고
무심코 발길을 잘못 들여놓았는지 모른다
네가 처음 내 가슴에 들어오던 날
아마 이미 이별을 준비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네가 이끄는 길로 가지 못하고
절름거리며 외길을 걷고 있었는지 모른다
우리의 사랑은 이렇게 불장난처럼
늘 엇갈린 길을 달렸다
살을 맞대고 있어도 사랑인지 몰랐다
허울 좋은 이름에 보자기를 쓰고 있었던 것이다
먼 길을 달려와서도 사랑이었을까 반문하며
불러보고 싶지만 불러서는 안 될 이름이기에
아픈 가슴속에 꽁꽁 동여매 놓고 
겉으로 허허거리며 세상을 살아야 하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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