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밭에 서면 / 이해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자유의 사람이 되는 꽃밭에 서면 
큰소리로 꽈리를 불고 싶다 
피리를 불듯이 
순결한 마음으로 
꽈리속의 자디잔 씨알처럼 
내 가슴에 가득찬 근심걱정 
후련히 쏟아내고 
비우고 비워서 
붉게 타오르는 마음으로 
꽈리를 불고 싶다.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동그란 마음으로 
사랑의 사람이 되는 꽃밭에 서면 
불타는 저녁노을 바라보며 
지는 꽃의 아름다움에 
흠뻑 취하고 싶다. 
남의 잘못을 진심으로 용서하고 
나의 잘못을 진심으로 
용서 받고 싶다. 
죄없는 꽃들의 웃음소리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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