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소곡(推敲) / 淸草 배창호 해맑은 하늘이 그윽한 청자를 빚었다 고추잠자리 스산한 해거름인데도 구애가 한창 시시덕 휘지르지만 잠깐 머물다 갈 시절 인연 앞에서 한 치 앞을 내다볼 줄 몰랐다 빼어난 곡선은 아니지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하늘거리는 코스모스가 그렇고 휘영청 별 무리가 외등처럼 걸려 있는 메밀밭 소금꽃이 그렇다 곰삭은 한때도 사위어 가는 데 어쩌랴 호젓한 네, 애써 바라다 꽃대궁으로 남아 서릿바람이 이내 거두어 갈지라도 달그림자 서린 댓 닢 소리만큼이나 깊은 그리움, 딱, 이만 치면 욕심이 아닌데도 들불처럼 혼신을 불어넣는 사색의 베갯머리에 뉘어 텅 빈 무심만 훠이훠이! 가을 앓이에 서늘한 그리움만 귀로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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