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산에서 느껴지는 마음
세영 박광호
이른 아침 설산을 바라보니
밤새 내린 눈을 무겁게 이고
가지를 느린 청솔의 모습이
벌을 선 아이와 같다
바람조차 짐을 덜어주지 않는
침묵의 늪 속에서 입을 다문 채
눈을 감고 선 숲의 군상들
설한을 발끝까지 내리며
숨죽여 고난을 속울음으로 삭히는
겨울 숲의 정경은
질곡의 역사를 안고 함구하며
긴 강을 건너 온 겨레의
애상인 듯 그려진다
광복을 맞고
만세삼창의 희열을 만끽한 그날처럼
머잖아 숲의 세상에도
봄꽃 만개할 그날이 오면
환난과 시련의 가지 끝엔
꽃이 피어남을 알 것이다
또다시 사랑에 빠졌어요. / 노준원
서툰 사랑으로 이별을 하고서도
아직 이별의 상처가 아물지 않았는데
어리석게도 또다시 사랑에 빠졌나 봐
지금도 사랑이 뭔지 잘 모르면서도
사랑하는 방법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미련스럽게도 또다시 사랑에 빠졌나 봐
하지만 그 사람 생각만 해도
왠지 가슴 두근거리고 마음이 설레
자꾸만 달려가 보고 싶은 마음뿐이고
수시로 그 사람 모습이 떠올라
가까이 다가서고 싶은 그리움에
도무지 뭔가 제대로 할 수가 없다.
정말 나는 사랑에 완벽하게 빠져
스스로 힘으로 빠져나올 수가 없어
바보처럼 소주 힘으로 달래봅니다.
겨울
청천 장희한
겨울은 바람의 비질이다
여름내 어지럽게 피웠던 흩어진 나뭇잎
서럭 서럭 바람으로 쓸어내고
새로이 꽃을 피울 준비를 하는가 보다
보기 싫은 것은 바람에 쓸어내고 아름다운 것은
하늘에 올려 하얗게 덮어 버리는 눈
저 백지 위에 무엇을 그려 볼까?
그렸다 지웠다 하는 겨울 날씨
저렇게 스케치하고 나면 연녹색으로 피어나는 꽃들
아직은 스케치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