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장 하나뿐인 우리 부부는 행복하다
雲山 김수열
의혹을 풀어내는
비결은 통장 하나면 족하다
기록으로 남아있는
진실의 뿌리가 있는 한
가시 돋친 해당화
해맑은 미소 하나만으로도
하루해가 즐겁다
엄동에 갇혀 있던
의문들이 하나둘
봄꽃 뿌리에 잡뿌리가 엉켜도
모든 가식을 밀어내고
어김없이 기록으로 꽃이 핀다
부부의 상처는
기록으로 치유된다는 사실에
변명 따윈 필요 없다
바람불어 찔린 상처에도
진실로 치유되고
하나로 쓰는 통장 안에는
늘 웃음꽃이 핀다.
그곳에 가고 싶다 / 이헌 조미경
울퉁불퉁 시골길을 따라 달리면
심신을 깨우는
맑은 시냇물 소리 들리고
먼지 나는 흙길은 동무들의
얼굴이 되어 내 눈앞에 스친다
시냇물에는 송사리가 헤엄치며
나의 가슴을 파고 들어와
잊었던 추억 한 자락 끄집어내어
함께 놀자 칭얼댄다
산으로 올라가는 길가에는
검붉은 열매가 주렁주렁 매달려
침을 흘리게 하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탐스런 열매 한알 톡 따서
입안에 넣으면 달콤함이 달려와
추억을 한 움큼 쥐어 준다
손가락이 아프도록 열매를 따던 손길
입안이 벌겋게 부어오르도록 먹어 대던
산딸기도 누군가의 공격으로 사라진 지금
남은 것은 한 줌의 추억뿐이다.
풀밭을 걷자 / 차영섭
풀밭을 걷자 오늘도 어제처럼,
하늘에는 비행기 길,
바다에는 뱃길,
땅에는 사람 길,
산이나 들에는 오소리가 만든 오솔길,
나무꾼이 만든 산길,
가던 길을 또 가면 생기는 길이다
집안에서도, 직장에서도, 내 마음 속에도
보이는 길, 보이지 않는 길
우리들의 생활 습관이 만든
이렇게 아름다운 길이 있나니
물어보자 오소리에게 그 길을,
기찻길
마루 박재성
사랑역에서
우리는 한 기차에 올라탔는데
이별역에서
너는 오른쪽
나는 왼쪽의
외벌 레일 위를
앞만 보며 뒤뚱뒤뚱 달리고 있다
옆으로 눈 돌리면 볼 수 있고
서로 손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거리
애증이라는 간격을 유지한 채
재회역에서
다시 한 기차에 오르기를 바라며
그리움역을
눈물 한 방울로
무정차 통과하고 있다
훔쳐 가세요
慈醞 최완석
일상에 바빠
보내지 못할 때
훔쳐가세요
당신이 가져가도 내 것이니
나도
당신의 사랑
훔치고 힘들 때
마음에 떠올리며 희망을 바라보지요
들어오실 때
기쁨과 소망을 남겨주소서
나가실 때
꼭 사랑을 심어주세요
당신과 함께
사는 행복 내 마음 안고
아픈 상처를 싸매어주는
안식처가 되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마음의 꽃 / 지산 고종만
이 세상에서
내가 가장 사랑하는 꽃은
내 가슴속에 언제나
활짝 피어 있는
그대입니다
때로는 그리움이
좁디 좁은 내 가슴에
차고도 넘쳐
넘치는 만큼 아픔으로
그대를 원망도 하지요
세월이 가면 갈수록
그리움은 더 짙어지고
나의 그리움은
그대 주위를 맴돕니다
그대여 !
사랑의 꽃이 열매로
거듭날 수 있도록
내 마음을 열어 주세요
꽃을 좋아하니 온통 꽃 세상이라
靑天 정규찬
꽃을 좋아하다 보니
배경화면도
꽃이요 편지지도 꽃이어라
사랑 또한 꽃향기 가득하여라
봄이 오니 가는 곳곳마다
꽃 천지 꽃 세상이
활짝 열리고
꽃향기 그윽해서 너무 좋아라
꽃을 좋아하지 않는 이는
세상에 아무도
없을 것이며
꽃을 사랑하는 이는 마음속에
사랑이 가득하여 사는 것이
재미있고 신나며
행복할 것이니
꽃은 참으로 고마운 것이어라
이별의 슬픔
모은 최춘자
내 가슴을 태우는 노을 속에서
뜨겁게 다가오는 너의 모습
눈물이 고인다
기다림으로 지친 나를 가둔체
이별의 슬픔이
노을빛으로 피었다가
스치듯 지나간다
이마음 흔들어 놓고
사라져 가버린
너의 뒷모습에 나만 울었다
보고프다 보고픈 사람
그립다 그리운 사람
잊으려 잊으려 해도
잊을 수 없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