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늦었더라
마루 박재성
아름다웠어
장미꽃처럼
가시가 있는 줄 알았지만
찔릴 것을 알면서도
사랑했어
한번 두번
처음엔 몰랐어
나를 찌르는 것이 아니라
내 사랑을 찌른다는 것을
내 사랑이 중독된다는 것을
내 사랑을 질식시킨다는 것을
결국
나를 죽이리라는 것을
백번 천번
내가 알았을 땐
이미 늦었더라
친구 / 차영섭
어둠일 때
빛이 되어주고
갈증 일 때
물이 되어주는 사람,
내가 오른 손이면
왼손이 되어주고
지팡이가 되어주는 사람,
깨복쟁이로 지냈던
어릴 적부터 친하고
몇 만에 전화를 해도
아무런 거리낌이 없는 사람,
너무 거창한 거 말고
너무 나를 위한 것도 아니고
그저 그런 사람이 있어
든든한 사람,
지금 현재 나에게
이런 사람이 몇이나 되나?
중간에 만난 사람 말고
꽃 진 자리부터
열매였던 그런 사람이,
노을빛 기다림
詩 / 美風 김영국
풀잎 따다
풀피리 만들어 불고
예쁜 들꽃 송이로 사랑 길 만들어
내 님 넘나드는
한적한 마음 길에
붉은 노을빛으로 걸쳐지고
내 마음
하얀 물결 위에 징검다리 되어
언제쯤인가 오실 내 님 기다리는데
노을빛 물들인 시냇가엔
분홍 꽃신만
둥 둥 떠내려오네.
행복이 따로 있나
다감 이정애
아침에 일어나
눈을 떠 볼 수 있고
걸을 수 있음이
감사한 하루
아름다운 하늘 맑은 공기
어느새 콧망울 벙실대고
입가에는 웃음이 춤춘다
지금, 이 순간이
최고로 행복한 순간이며
행복한 사람이라고
콩닥 이던 가슴
손 들고 나선다
행복이 따로 있나
바로 내가 주인공인걸.
베풀면서 살다 보면
향기 이정순
세상이
힘들어도 서로서로
도와가며 살아갑시다.
가진 것이 많아서
돕는 게 아니랍니다.
사랑의 온정이
그들을 돕는 것이지요.
주는 자의 행복 지수가
받는 자의 행복 지수보다
높다는 걸아시나요
사랑하는 마음으로
베풀면서 살다 보면
행복은 특허 낸
내 것이라는 걸 알 것입니다.
2023.08.21. 월요일
네가 좋다 / 玄房 현영길
이 땅 살아 있는 내가 좋다.
호흡하며 살아가는 내가 좋다.
삶 보람찬 하루 있는 내가 좋다.
임을 만나기 전 난, 내가 좋았다.
그러나, 임 만난 후 네가 좋다.
내가 만난 임 전할 수 있어 네가 좋다.
이 땅 임종 순간 우리네! 삶 목적지
가야 할 곳 바로 그분 앞 아닌가?
삶 아무리 힘들고 고난 겪어도
이 땅 행복한 것 아직
임 때문이라네!
시작 노트: 세상 자신 사랑하라고 한다.
내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라네! 그러나, 임은
네 이웃을 사랑하라고 하는구나!
내가 이 땅 존재하는 이유 있다면
내게 주신 그 사랑 그대에게
전하기 위한 것 아닌가?
난, 네가 좋다.
가을꽃 마중 / 강촌 박성환
흰 구름 꽃이 한가로이
파란 하늘 바람에 실려
두둥실 두리둥실
한가득 담아 안고
가을을 싣고 옵니다
코스모스가 한창입니다
가을바람에 살랑살랑
방실방실 즐겁게
다 함께 손잡고
가을을 노래합니다
산국 향기가 풍겨옵니다
방긋방긋 노란 미소
향기로운 꽃내음에
너도나도 흠뻑 취해
가을은 깊어만 갑니다
가을로 가는 어느날
노을
지산/고종만
붉은 해 벌건 웃음
우리고 또 우리어
이윽고 홍조 띠며
발그레 웃고 있네
그대를 만나면
터질 것 같은 나의 가슴
첫사랑 같은
그대의 붉은 부끄러움
서산에 물드는 저녁노을
그대 눈동자에 드리우면
꽃내음 안개처럼 자욱한
노을 속에 잠들고 싶어라
노을
그 자체이고 싶어라
가을 9
청천 장희한
아무 미동도 없었는데 아무 기별도 없었는데
싹 변해 버리는 가을 날씨
내 여자 성깔이다
낮이면 그렇게 뜨겁게 사랑을 퍼붓다가
해가 지면 쌀쌀하게 돌아누워 버리는 저 성질머리
어디까지나 두 얼굴이다
밤과 낮의 담금질에 벼들은 누렇게 익어가고
생전에 연애도 한번 안 할 것처럼
가시 촘촘 박은 밤알이 가슴을 열었다
심술이야 바람만치 하랴
혹여 하고 벼잎을 뒤적이는 바람
아직은 뒤처진 낱알을 사랑으로 퍼붓고 있다
님에게로
제진
초라한 내 모습 서러워
님의 향기 아름답고 빛나던 추억들
깨끗이 지워 버리려 하였건만
마음속 깊이 피어 오르는 그리움은
어찌할 수없어
정다운 우리 님 찾아 가고파
맑은 물 강가 그벤취에
꽃피고 서늘한 바람 불어 오는데
빛나던 언약도 부질없어
나홀로 앉아 있네
아...서럽고
그리운 우리 님 찾아
푸른 저 하늘 높이 높이 날아 가고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