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함께하리
- 세영 박 광 호 -
함께한 이 자리가 꿈이 아닌
인연이 되어
우리 사랑 영원하길 빌어 본다
사랑은 그리움에서부터
시작된다 했던가
오랜 세월 멀리서만 바라보며
나 홀로 애 태우며 눈시울 적시었든
애닲은 사연
때로는 그리움에 우울증을 앓기도하고
삶의 의욕도 상실한 체
일손을 놓고 방황하기도 했었지
그 모든 시련을 안고 이 자리 오기까지
몇몇 해 세월이 흘렀던가
이젠 동반자로서 잡은 손 놓지 않고
영원히 함께하리...
부럽습니다
솔향 손 숙자
부럽습니다
가을 산을 물들인 자연이 부럽고
형형색색 사람들이 부럽습니다
내 사랑의 꽃도 곱게 피었는데
작은 풀벌레 소리도 사라진 지
이미 오래입니다
놀던 짝들은 어디로 갔는지
한 발짝씩 빠르게 다가오는
계절 소리만 남아 있을 뿐
왜 이렇게 허전할까요?
오는 소리는 들리지 않고
가는 소리만 들려 오는데
아직도 먼 산언저리에서
망설이고 있는 임
그도 부럽습니다
가을을 노래하고 손 흔들며
곱게 물든 아름다움 속에
이제 같이 물들고 싶습니다
인생 최고의 상 / 慈醞 최완석
사람이
태어나서
배우고 성장하며 학교에서 사회 전반에
최선을
다하고 빛낸 이들에게
상장을 수여하고 박수를 보내 줍니다
또 하나의
높은 상이 있습니다
아침 점심 저녁으로 받는 상입니다
입맛 없고
밥 먹기 싫다고 투정 부리고 뒤돌아서도
밥상엔 항상 따뜻한 온기가 있었지만
매일 받으면서
감사한 마음 없이
당연히 받는 것처럼 받던 밥상입니다
어머니의 곱고 고운 손이
주름지고 거칠어진 손마디가 되어도
사랑과 정성으로 차려준 상을 받았습니다
값을
매길 수 없을 만큼 귀한 보배
어머니께서 차려주신 밥상은 인생 최고의 상입니다
가을 소곡(推敲) / 淸草 배창호
해맑은 하늘이 그윽한 청자를 빚었다
고추잠자리 스산한 해거름인데도
구애가 한창 시시덕 휘지르지만
잠깐 머물다 갈 시절 인연 앞에서
한 치 앞을 내다볼 줄 몰랐다
빼어난 곡선은 아니지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하늘거리는 코스모스가 그렇고
휘영청 별 무리가 외등처럼 걸려 있는
메밀밭 소금꽃이 그렇다
곰삭은 한때도 사위어 가는 데
어쩌랴 호젓한 네,
애써 바라다 꽃대궁으로 남아
서릿바람이 이내 거두어 갈지라도
달그림자 서린
댓 닢 소리만큼이나 깊은 그리움,
딱, 이만 치면 욕심이 아닌데도
들불처럼 혼신을 불어넣는
사색의 베갯머리에 뉘어
텅 빈 무심만 훠이훠이!
가을 앓이에 서늘한 그리움만 귀로에 든다
아침 커피 / 마루 박재성
아침 햇살
창을 넘어 살포시 들어오고
커피 향기
집안에 은은하게 퍼지고
지난밤의
달콤했던 시간이 떠오르면
감출 수 없는 미소들을
커피잔에 내려 조용히 음미한다
입안을 넘어
내 내면으로 들어오면
따뜻하게 퍼지는
햇살 한 움큼의 전율을 타고
향긋하게 톡톡 터지는
행복 감성의 대폭발
이 아침이 전해주는
행복 인사 한 모금이다
잡념과 무념 / 차영섭
황토물은 잡념이고
맑은 물은 무념이다
잡념에 물든 사람은 흔들리고
무념인 상태의 사람은 고요하다
조각달은 잡념이고
둥근 달은 무념이다
잔잔한 호수는 무념이고
물결치는 호수는 잡념이다
사람도 깨달으면 무념이요
혼잡스런 마음은 잡념인 것이다
금방 화냈다 웃었다 함은
마음이 흔들리기 때문이다.
가을밤(秋夜) 꿈속에서
詩 / 美風 김영국
가을밤(秋夜) 꿈속에서 너를 만났어
하늘거리는 코스모스 꽃길을 걸으며
마냥 즐거워하는 너의 모습이
청순한 사춘기 소녀 같았어
코스모스꽃 속에 파묻혀
가을 노래 흥얼거리며
행복해하는 네가 얼마나 예뻤던지
그 모습이 지금도 아른거려
가을 산책 / 노을풍경(김순자)
가을바람 나뭇잎 사이로
물감을 풀어 놓은 듯
호수 같이 펼쳐진 푸른 하늘에
평온히 흐르는 새털구름 머리에 이고
더없이 경쾌한 가을을 걸으며
발아래 떨어져 내린 낙엽들
갈 길 찾아 이리저리 구르며
낙엽 바스락 소리도 감미로운
가을 낭만의 리듬이 되어
한발 한발 걷는 발걸음이 상쾌하다
서늘히 가을로 내려앉은 햇살은
가을 담장을 비스듬이 걸 쳐 안으며
잎새들 갈 빛 빗바램에
짙어가는 또 한 계절을 걸으며
갈꽃 흔들리는 시선 끝에
고운 시 바람에 적으며
한 잎의 가을이 되어 걸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