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의 나이테 / 차영섭
바람이 불면
호수는 나이를 드러낸다
나무는 연륜탑이고
풀은 이를 무시하며
대나무는 의도적으로 속을 비운다
구름은 은구슬로
나이를 드러내고
징은 파장을 만들어 파도로
소리를 밀어낸다
햇살은 오만가지 색깔을
한 가닥에 모아 흰색
공으로 빛을 발하며,
무지개는 자신을 색으로 말한다
사람은 주름살로 나이테를 그리며
손, 발, 피부, 얼굴을 보면 안다
나이테는 행복의 표시라기 보단
고난의 정도다
민주주의는 자유에 그치는 게 아니라
일종의 나이테로서 민심의 발로이다
하나하나의 말이 모여 정책이 되는,
앙증맞은 그대의 사랑 주머니
詩 / 美風 김영국
그대의
고운 미소가 들어 있고,
청순(淸純)한 마음이 들어 있고,
진실한 사랑이 들어 있는,
앙증맞은 그대의 사랑 주머니가
불안정(不安定)하던 내 심장을 펌프질해
평안(平安)과 행복을
사랑의 혈관(血管)을 통해
내 온몸으로 퍼지게 합니다
고마워요, 내 사랑아
한결같은 그대 마음이
가을 향기 / 송영희
내 인생 가을이 되었네
꽃피던 봄도
태양처럼 붉게 타오르던 정열도
아름다운 그리움만 선물처럼 주고갔습니다
봄이 오면 가을지나 겨울이 오듯이
곱기만한 인생이 어디 있으랴
꽃도 피면 지고
푸르게 돋아닌 나뭇잎도 낙엽되네
길어진 세월은
외로움도 고운님 되어 서성이고
마음을 열면
사랑이 들어오는 시월의 향기
날마다 물들어 가는 잎새들
예쁜 가을엔
예쁜 생각으로 나를 물들이고
그리움으로 머물고싶은 가을 마음
가슴속에서 숨을 쉬는
아름다운 시 한줄 사랑합니다
가을숲의 평화
- 세영 박광호 -
뻐꾸기 울음을 추억하며
산 그림자 끌어안고
서녘노을 바라보는 가을 숲엔
안식의 평화가 깃든다
산곡을 굽이돌던 개천의 목쉰 소리도
삶의 애환을 토하든 풀숲의 벌레소리도
다 흘러간
가을 산 능선엔 노을빛 애처롭지만
빛으로 낮을 살고
어둠으로 밤을 쉬며
한 세월 제 몫을 다하고
떠날 채비를 하는 잎들의 속삭임
가뭄 장마 모진 바람 의연히 이겨내며
불만 없이 살았더라!
떠날 때를 제 스스로 알아
오색찬가로 이별을 환호하는
가을 나뭇잎들
값진 인생
글 / 손 숙자
달빛 휘 늘어진 새벽녘 창을 열면
달빛이 내 가슴으로 쏟아진다
알싸한 갈바람이 차갑긴 해도
상큼하고 싱그럽다
낙엽 뒹굴던 보도블럭 위엔
낯선 바람 쏴~ 하고 쓸고 가면
그리움만 흩어져 쌓여있다
그중 예쁜 그리움 하나만 담아두자
터져 버릴 것 같이 암울했던
지난 삶들 짙게 깔린 안개 속에 묻고
마음이 알아서 나 닮은 삶만
사는 줄 알고 늘 내가 뒤진다
곷망울 터지고 새싹이 돋듯
아픈 그림자는 먼 얘기기를
그렇게 살아보고 싶다
남은 건 없지만 값진 인생을 배운 것 같아
마음은 새벽 공기처럼 상큼하다.
23.10.25.
꽃과 나비 / 玄房 현영길
꽃향기
꽃 아름다움 향기
나비 꽃 향한다.
떠나는 나비 발자취
내 임 언제 날 부르시나
임 향기에 취해 기다리는
나비 되었네!
시작 노트: 꽃향기 나비 부른다.
꽃의 향기 어떤 향기로 유혹하는가?
나비를 부르는 예쁜 꽃모습으로
부를까요. 꽃과 나비 하나가 되듯
임 향기에 취한 난, 임 자녀임
고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