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바다
마루 박재성
수평선 끝
저기가 바다의 끝
손 뻗으면 닿으려나
어른이 되면 닿겠지
밀려왔다 밀려가는
저 많은 물
양동이로 퍼낼 수 있으려나
어른이 되면 퍼내야지
모래성 쌓으면 부수는
얄미운 말썽꾸러기 파도
맴매하면 오지 않으려나
어른이 되면 혼내줘야지
어른이 될 때까지
가슴에 담아두었던 바다
그 바다가 보고 싶어서
꺼내어 보면
아직도
수평선 저 끝에서 검푸른 파도가
하얀 물거품을 이고 밀려와
그 아이 앞의 모래성을 허물고 간다
그 아이는
언제나 어른이 되려나
비오는 날의 애상(哀想)
세영 박광호
머~언 산은 비구름에 가려있고
앞산은 비 맞으며 침묵한데
초목은 나풀대며
시든 줄기 곧추 세운다
무거운 마음 저변엔
빗물처럼 그리움 가득 고이고
이 세상에 소중한 것 무엇인지
비어있는 임의 자리
내게 말 해 주네
있을 땐 잘 먹고 잘 입고
돈 잘 쓰며 사는 것이
제일 인 줄 알았는데
이제와 생각하니
다 부질없는 일들...
그대 없이 사는 그 길 위에
그 무엇 필요하리
이젠 이웃 더불어 살고
선행하며 사는 것이
빈 가슴 채우는 일
어릴 적 보고 느꼈던 자연(自然)이 그립다
글 / 美風 김영국
급속한 산업화에 따른 공해로 인하여
하늘빛은 희뿌옇게 변해 가시거리가 짧고,
소음으로 인하여 귀가 먹먹하고,
매연, 폐수로 인하여 숨쉬기가 불편하니
어릴 적 보았던 청명한 하늘을 보고 싶다
청아한 자연(自然)의 소리를 듣고 싶다
바람결에 실려 온 상큼한 산소를 맡고 싶다
이젠, 그 하늘을 볼 수 없겠지
이젠, 그 자연(自然)의 소리를 듣지 못하겠지
이젠, 그 상큼한 산소를 맡을 수 없겠지.
여름날에 오후 / 노을풍경(김순자)
유월 저마다 짙은 초록빛
살알짝 등을 스치는 상쾌한 바람을 타고
창밖으로 일렁이는 여름 풍경
담벼락 타고 여름을 오르는 담쟁이
세상을 다 가진 듯 물오른 얼굴로
거칠 것 없이 앞으로 뻗어가는 당당한 모습
내게도 분명 저런
인생의 봄 날들이 있었겠지
시선 두는 곳마다 푸른 잎새들
행복한 춤 사위로 하루 하루
성숙해져 가는 여름날에 오후
언제나 들어도 좋은 아름다운 음악에 실어
시나브로 흐르는 여름 풍경을 바라보며
차 한 잔에 여유로움을 가져본다
인생 열차
沃溝 서길순
일곱 고개 지나온 세월 아득히 너무 멀리와 버렸는데
얼마 남지 않은 세월의 종착역이 보인다
젊은 날은 완행 열차에 몸과 마음 싣고 두리번 거리며
오던 길 창 밖 풍경이 나에게 달려오더니
노후의 세월 급행 열차에
몸 싣고 흔들 거리며 가는
황혼 길 경유도 없이 멀어지며 달린다
걸림 돌도 거스리는 것도
돌아서 가고 즐겁게 세월도 건강도
아껴 쓰며 가야 할때가 왔다
2023,5,25
그대 생각 / 慈醞 최완석
감미로운
음악 들으며 창가에 앉아
커피 한잔 나누며 생각합니다.
날마다
들려주는 고운 목소리
찻잔에 여울져 평온한 마음
그대 마음은
찻잔의 포근함 같이
소중한 사람인 것을 잊지 말아요
그대와
마주 보며
마셔버린 아름다운 추억들은
우리
첫 만남의 설렘같이
가슴이 뜨거워집니다.
한 수 더 뜨기
세영 박광호
어린애가 물구나무를 섰다
어이구, 장하다!
땅을 들었네?
얼마나 무겁냐?
대충은 알겠는데
무거워서 오랜 못 들어요!
그래?
그럼 그만 내려놔라!
할아버진 못 들어요?
옛날엔 들었지!
그런데 나이 들면
더 무거워져 들 수가 없어!
너도 나이 들어 봐라 못 들지...
?...
그럼, 제가 못 든
절구통은 어떻게 들었어요?
그건 음~~
댓끼놈!
어른한테 말 붙이면 못써!